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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준비하고 있던 중 나타니엘 멜로스의 런던 소재 소속 갤러리인 매츠 갤러리에서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 멜로스가 올해 열리는 54회 베니스비엔날레에 나가게 되었으니 축하한다는 일종의 알림 메일이었다. 영국 동시대 미술계의 떠오르는 젊은 작가로서 그의 위상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뉴스다. 현재 런던과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그의 개인전이39일부터 515일까지 런던, ICA*에서 열린다. 영국의 공공기관에서 열리는 그의 첫 번째 대규모 개인전이라 의미가 깊다.


나타니엘 멜로스의 비디오 시리즈
<우리집Ourhouse> 중 한 장면
Copyright the artist and courtesy, Galerie Diana Stigter, Amsterdam; Matt's Gallery, London and MONITOR, Rome

  이번 ICA전시에서 멜로스는 신작 영화 <우리집 Ourhouse>을 선보인다. 모두 6편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이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1960년대부터 80년대 사이 방영된 영국의 텔레비전 방송 드라마의 영향을 받았다고 작가는 밝혔다. 그렇다고 해도 어떤 특정 드라마의 줄거리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가 텔레비전 방송을 현실과 초현실, 사이언스 픽션, 음악과 사이키델리아를 뒤섞어 끓인 스튜 같다고 한 점은 인상적이다. <우리집>은 현재 진행형인 프로젝트로 이번 전시에서는 6편의 에피소드 중 1, 2, 4편만을 상영한다.

우리의 사전적 의미는 영어로나 한국어로나 같은 듯하다: 말하는 이가 자기와 듣는 이, 또는 자기와 듣는 이를 포함한 여러 사람을 가리키는 말. 이에 덧붙여, ‘우리라는 말은 듣는 이를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예를 들어 친구에게 자신의 집이나 엄마를 가리켜 우리 집’, ‘우리 엄마라고 일컫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그렇다면 멜로스의 우리집우리는 누구를 말하는 걸까.

 

Nathaniel Mellors의 비디오 시리즈 <우리집 Ourhouse> 중 한 장면

Copyright the artist and courtesy, Galerie Diana Stigter, Amsterdam; Matt's Gallery, London and MONITOR, Rome

   

단절과 정신분열의 공간 우리 집

우리집은 영국의 어느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대저택이다. 이곳저곳이 유실된 고대의 유적처럼 쓸쓸하고 마치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집처럼 휑하지만 그곳에 저택의 주인인 찰스 매독-윌슨 가족이 살고 있다. 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젊은 아내 베이비돌’ (baby doll, 집에서 부르는 별명이다), 전 부인으로부터 얻은 찰스의 친아들 트루선’(Trusun), 입양한 아들 팩슨’(Faxon). 그리고 가족은 아니지만 집안일을 도우며 드나드는 아일랜드 노동자 계급 출신 보비조비가 있다. 저택의 모양새로부터 풍겨 나오는 이상함이 가족들한테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단절된 공간에서 사는 이상한 가족을 사실, 우리가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그 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러 부류의 이상한 가족들을 만나왔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가장 최근 본 이상한 가족은 임상수 감독의 영화 <하녀>에서이다. 전개되는 스토리와 작품의 배경을 이루는 문화적 맥락은 다르나 폐쇄적이고 다소 비정상적인 한 가족의 집에 외부인이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일을 집안을 중심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이를 통해 사회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계급, 권력, 통제, 소통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면에서 함께 생각해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영화 <하녀>에서 은이는 상류층 대저택의 소위 하녀로 들어간다. 완벽하게 손질된 정원과 언제나 반질반질 윤이 나는 바닥, 화려한 샹들리에가 있는 집안의 풍경은 매독-윌슨 가의 우리집과는 사뭇 다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다. 한 가족의 보금자리라는 안락함이나 따뜻함이라곤 그림자도 찾아보기 힘든 곳, 그 저택에는 사회적 지위와 부, 외모를 겸비한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하게 잘나 보이는 주인집 남자 훈, 그런 훈의 계급과 부를 얻고자 결혼한 아내, 제 부모보다 더 어른스럽고 착해 안쓰럽기까지 한 여섯 살 바기 나미, 오랫동안 집안일을 도맡아 온 하녀병식이 산다. 훈은 집안의 모든 통제권을 가지며 모두 그의 규율에 따라 움직인다. 그의 아기를 낳아 왕과 같은 통제권을 포함한 그의 모든 소유물을 물려 주려는 아내는 하녀들 위에 군림한다. 훈과 그의 아내는 가족이라는 이름을 그럴 듯하게 유지하기 위해 사랑 없는 사랑을 나누고 웃음을 띤 가면을 쓰고 짙은 화장으로 덧칠해 그들의 진짜 얼굴을 가린다. 그들의 세상에는 남편도 아내도 아닌 오로지 자기자신만이 존재한다. 그들 사이 소통과 나눔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훈의 가족에 비하면 매독-윌슨의 가족은 솔직하고 조금은 가족적이다. 그들은 가면을 쓰거나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 역시 단절되고 폐쇄적이며 통제적이다. 가장인 찰스는 지적이고 카리스마 있으며 가족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자유주의에 대한 이상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이 실제로는 자기 중심적이고 통제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외부세계의 영향을 걱정하는 찰스는 두 아들의 인터넷과 전화기 사용도 통제한다. 단절된 세계에서 살아온 20대 청년인 두 아들의 행동과 대화는 마치 10대 초반의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다. 순수해 보이나 미숙하기 그지없다. 외부세계와의 접촉을 피하는 찰스는 외부세계와 소통을 해야 할 때마다 엉뚱한 오해를 하고 만다. 외부세계를 있는 그대로 읽어낼 능력을 잃어 버린 것처럼 말이다. 그의 정신분열적인 상상은 외부세계뿐 아니라 가족들 간의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가 말하는 우리집안에 우리는 어떤 의미로도 존재하지 않는다.

 

                           Nathaniel Mellors, Hippy Dialectics (Ourhouse), 2010 (c) GJ van Rooij-de Hallen.

 

작가는 풍자와 기괴함에 대한 그의 기호를 부조리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이야기 구조와 잘 반죽해 내놓았다. 멜로스는 동시대의 이슈를 다루기 위해 드라마, 조각, 영화, 음악과 같은 다양한 매체를 조합함으로써 자신만의 언어체계를 만들고자 하는데 이번 전시에도 에피소드 중 찰스의 형상을 본 따 만든 움직이는 조각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그가 직접 큐레이팅한 전시3rd Leggg도 규모는 매우 작지만 멜로스의 작업에 영감을 준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어 흥미롭다.


  * 본 전시는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 2011년 3월 9일 - 5월 15일에 열린 전시로, 1947년 세워진 ICA 는 영국의 비영리 공공 아트 센터로 미술, 영화, 음악 분야를 폭넓게 다루며 특히 예술적 실험을 중시해 독립적이며 실험적인 예술가들의 전시, 퍼포먼스, 아티스트 필름 상영으로 신선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손세희 / Eyeball Ed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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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YEBALL_Media Arts Web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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