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세계적인 아트 스타 무라카미 다카시의 회고전이
전시 오픈에 앞서 전야제인 10월 28일 저녁에는 오프닝 파티가 있었다.무라카미의 직업 동지인 루이비통의 아트 디렉터 마크 제이콥스를 비롯해 신디 크로포드, 엘렌 드제너레스 등 수많은 스타와 명망가들이 참석했다. MOCA 측이 이 게스트들에게 기부금 조로 수천 불, 최대 만 불의 참석비를 청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좌석이 매진되었고 하루에 160만 불(한화 약 16억 원)이라는 MOCA 역사상 최고의 전시 오프닝 수익을 기록했다.
MOCA에 비해 아직까지는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The Geffen Contemporary at MOCA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현재 LA현대미술관 ‘MOCA’(Museum Of Contemporary Art, LA)는 본관인 MOCA Grand Avenue를 중심으로 The Geffen Contemporary at MOCA와 MOCA Pacific Design Center를 부속기관으로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은 MOCA의 3대 전시관이다. Geffen 전시관은 원래 자재보관이나 경찰차 차고 용도로 만들어졌던 다운타운의 한 창고였는데,MOCA가 본관인 MOCA Grand Avenue의 내부공사를 위해 이곳으로 잠시 업무 공간을 이전하면서,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TC’(Temporary Contemporary)라는 이름의 임시 전시관으로 재활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1996년 David Geffen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받으며 그의 이름을 딴 정식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지금은 MOCA 본관보다도 오히려 진보적인 성향의 기획전을 내놓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2007년에는 ‘Wack!’과 같은 역대 페미니즘 작가들의 작업들을 정리한 페미니스트전이나 최근 AZ 프로젝트 연작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사막의 젊은 예술가 Andrea Zittel의 개인전을 기획하기도 했다. MOCA 본관과 매우 가까운 Little Tokyo 내에 자리잡고 있는데, 다소 썰렁했던 이 재팬타운 주변 지역이 미술관과 관련하여 최근 부쩍 활기를 띠고 있는 모습이어서 내심 부럽기도 하다.
The Geffen Contemporary at MOCA
전시장에 들어서자 캐릭터 산업과 항상 연계해 온 무라카미의 팝적인 성향을 반영하듯, 입구에서부터 샵을 설치하고 무라카미의 디자인 상품을 비롯해 나라 요시토모의 상품을 비롯, 일본 문화 아이템들을 판매하고 있다. 작은 배지 하나에 4.95불(한화 약 5천 원) 할 정도로 적지 않은 금액에 판매되고 있지만 다른 어떤 전시보다도 월등히 많은 구매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전시의 윤곽은 역시 그의 기본매체인 회화 및 조각 작업을 연대기 별로 정리해 놓은 것으로, 무라카미 초기의 망가풍 단편 회화작들부터 시작해서 보다 복합적이고 세련된 패턴과 색배합으로 옮겨가는 진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근래의 복잡한 구조물들은 사전에 컴퓨터로 초안 작업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작업에 들어간 결과물들이고, 캔버스 또한 여러 개를 조합해서 하나의 큰 화면을 구성하는 연작 형태가 많았는데, 디지털로 사전 작업했던 각 부분들을 일반 A4 용지 크기로 프린트해서 실제 작품과 똑같이 조합해 놓은 샘플을 따로 전시하고 있어 좋은 참고가 되었다. 무라카미는 사전에 치밀한 디지털 기획, 교정 과정을 거침으로써 인간 두뇌에서 파생되기 어려운 이미지의 컴플렉서티와 다양한 컬러 실험을 실현시키고 있다.
반면 본 작업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기에, 특유의 작고 섬세한 세필의 붓터치와 밑칠을 한 제소가 흘러내린 흔적까지 작업자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주로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였고 복잡한 채색 부분은 바탕 드로잉선의 경계에 의해 나뉜대로 하나의 레이어 위에 단순히 색을 채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색을 칠하고 말린 후 그 위에 다른 색을 덧칠하고 말리는 방식으로 레이어들을 하나씩 쌓아나감으로써 정교함을 보여 주었다.
무라카미의 컬러는 역시 원색의 배치를 통한 화려한 디자인 감각으로부터 시작하는데,2007년 최근작인 ‘Daruma’ 시리즈에서는 금, 은, 동 색의 금속성 컬러까지 더욱 과감하게 사용하고 있다.
무라카미_페인팅
일본의 전통 실크스크린 기법을 차용한 작업들에서는 일본 전통의 우키요에를 현대적 망가와 혼합하여 동양판화의 밋밋하고 바랜 듯한 고화(古畵) 느낌과 서구 재료인 아크릴릭 물감의 외향적이고 반반한 느낌을 이용해 우키요에와 망가를 잇는 일본 특유의 만화 정서로 귀결시키고 있다. 기법면에서도 기계적 프린트의 평평함과 그 위에 직접 손으로 붓질을 해서 쌓인 아크릴릭 물감의 두께가 섞이면서 독특한 입체감을 형성한다. 단, 이 작업의 미디움들은 판화 종이가 아닌 캔버스가 주를 이루는데, 특히 최근 작업들은 Canvas mounted on Board가 많으며 캔버스 천의 직물 라인이 잘 안 드러나고 나무와 같이 딱딱한 재질의 느낌을 내는 것이 독특하다.
조각의 경우, 무라카미 최초의 캐릭터인 'Miss Ko2'(1997)부터 시작해서, 90년대의 대표작인 가슴을 짜는 소녀 'Hiropon(1997)'과 사정하는 소년 'My lonesome cowboy'(1998), 출세작 'Mr. DOB'등을 지나, 로버트 'nochi'(2004), 여러 세안(世眼)으로 구원의 팔들을 뻗으며 두꺼비 위에 서있는 무라카미식의 관세음보살 'Reverse Double Helix' 시리즈, 그리고 부처의 모습으로 위장시킨 자신의 자화상 'Oval Buddha'(2007)까지, 점점 더 거대해지고 기계화되고 있는 캐릭터 조각의 발전상을 볼 수 있다. Oval Buddha, 2007 캐릭터 작업들
무라카미의 캐릭터에 대한 집착은 또한 그가 자주 애용하는 캐릭터 눈'Jellyfish eyes'와 웃고있는 꽃 'Flower matango(b)'의 무한복제 방식을 통해서도 잘 나타나는데, 어느 한 방은 이들로 온통 도배를 해놓아 방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면서 빠져나가는 관객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더욱이 최근에 3D 툴로 사전 작업해서 그린 원형의 캔버스 작업들인 'Flower ball'은 더욱 입체적이고 편집적이어서 어지러움을 더했는데, 어떤 관객은 "I'am really sick of those flowers." 라고 말하며 방을 빠져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어지러운 방을 나서자 무엇보다 관심을 끌었던 무라카미의 새 애니메이션 상영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영관 입구는 먼저 캐릭터 ‘Inochi’와 관련된 작업들로, 등에 배터리 들어가는 곳이 있어 실제 움직일수 있도록 만든 두 개의 Inochi 로버트를 전시하고 있고, TV 모니터를 통해서는 2004년 비디오작업인 ‘Thumpity, Thup, Milk, Sha-la-la’를 상영하고 있다. 무라카미는 ‘Inochi’를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원작 스크립트 ‘A.I.’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무라카미식의 A.I.(인공지능)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 비디오에서는 로버트 ‘Inochi’가 태생과 생김새 때문에 학교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좋아하는 여학생에게도 잘 다가가지 못한다는 인공지능 로보트의 비애를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상영관 안으로 들어서자 애니메이션이라서 그런지 어른보다도 아이들이 더 많았고, 어린 자녀들과 함께 온 젊은 부모도 많았다. 상영 내내 아이들이 웃고 환호하면서 좋아했다. 본 상영에 앞서 무라카미 최초의 장편 라이브액션 필름이 될 ‘Dharma’의 3분짜리 트레일러를 예고편으로 내보냈는데, 자신의 친구가 직접 경험한 귀신 체험담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현재 마무리 작업 중에 있다고 한다.
Good Morning_Kanye West
이윽고 상영된 작품은 무라카미가 참여한 래퍼 Kanye West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Good Morning’이었다. 2007년 9월에 발매된 Kanye의 ‘Graduation’ 앨범 수록곡으로,곰 캐릭터로 변신한 Kanye가 집에서 나와 거리를 떠돌다가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가 풋볼을 하고 터치다운을 한 뒤, 졸업식장으로 가서 친구들과 함께 ‘학교교육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는 내용의 랩을 하는 내용이다. 러닝 타임은 3분. Kanye는 이를 인연으로 이번 무라카미 전시의 오프닝 파티에서 축하 공연을 해주었다고 한다.
마지막 상영작은 월드 프리미어이자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2007년 신작인 Kai Kai & Ki Ki의 애니메이션 시리즈 중 첫번째 에피소드인 part1 ’Planting the seeds’.
그의 대표적 캐릭터인 가이가이와 키키를 주인공으로 한 이 단편 애니메이션은 2D 셀 애니메이션과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합성한 것으로 무라카미 고유의 캐릭터와 색채 감각이 엿보였다. 하지만 예상 밖으로 기존의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들과 크게 차별화되진 않았다. 원래 애니메이션 제작자가 꿈이었다던 그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수작들을 보고 위축되어 그 꿈을 접고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을 보면서 어린 시절 받은 미야자키의 영향력이 아직도 그에게 남아있지 않은가 하는 인상을 받았고 또 하나 어린 연령층을 주요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림이나 조각 작업에 비해 그의 ‘어른 동화’ 개성이 ‘어린이 동화’에 머무를수 밖에 없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이 들었다. 주인공들은 하늘을 나는 가오리 모양의 큰 캐릭터를 타고 비행을 하다가 퇴비로 가득한 어느 수박밭에 추락하고 거기서 만난 농부로부터 씨를 뿌리고 그 위에 거름을 줘서 열매 수확하는 법을 배운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농사에 관한 에피소드를 다룬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주요 내용이다. 러닝 타임은 12분 40초로, 동심을 바탕으로 한 교육적인 주제가 담겨 있다.
대사가 일본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 고유의 향기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씨를 뿌리고 열심히 거름을 주어 수박 농사가 대풍을 이루고 온 마을 사람들이 행복한 수박 잔치를 벌이게 된다는 스토리 라인은 교육적이기도 하지만 묘하게 선동적이어서 일본의 번영이나 재건을 상징하는 듯한 뉘앙스가 풍겼다.
속편인 에피소드 part2는 현재 작업 중이고, 제목은 ‘The secret of Kiki’라고 한다. 주인공 중 하나인 키키의 비밀을 다룬 내용인데 조만간 또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관객들이 전시장을 거의 다 둘러볼 때 즈음, 무라카미 전을 위해 특별히 설치된 루이비통 매장을 지나치게 되는데 무라카미 디자인의 제품들은 역시 굉장한 고가였다.하지만 이 날도 많은 사람들이 구매를 했고 전시장은 루이비통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관람객들로 붐볐으며, 심지어 전시 관람은 하지 않고 쇼핑만 하는 사람들도 꽤 눈에 띄었다. 또한 The Gilbert Friesen Gallery라는 방에서는 무라카미의 각종 캐릭터 상품들을 작은 아크릴 박스 안에 진열해 놓고 판매를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까지 무라카미의 상품성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었다.
The Gilbert Friesen Gallery
월드투어로 진행되고 있는 무라카미 다카시 회고전은 2007년 뉴욕 Gagosian Gallery 전시를 마치고 LA를 방문한 것으로, 그의 대표작 대부분과 최신작까지 모두 90여 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LA 전시가 끝나는 대로 브루클린 미술관과 독일 Museum für Moderne Kunst, 스페인 구겐하임 등으로 투어가 계속될 예정이라고 한다. 참고로 The Geffen Contemporary at MOCA 는 매주 목요일
<장소>
The Geffen Contemporary at MOCA
152 North Central Avenue
Los Angeles, CA 90013
<일정>
2007년 10월 29일부터 2008년 2월 11일까지
<전시 시간>
월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
* 화요일, 수요일 폐관
목요일 오전 11시-오후 8시 (오후 5-8시 무료)
금요일 오전 11시-오후 5시
주말 오전 11시-오후 6시
<웹사이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