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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의 침묵 혹은 여백의 미 _이상현의 작업은 이야기로 충만하다. 상상된 이야기와 인용된 이야기가 뒤섞여 이야기의 과잉을 낳는다. 상상된 이야기는 작업의 출발점이 되고 인용된 이야기는 작업의 효과를 위해 도입된다. 인용된 이야기는 완결된 것이고 상상된 이야기는 미완의 것이다. 인용된 이야기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상상된 이야기는 단어로 구성되어 있다. 단어들 사이의 결합 가능성은 열려 있다. 단어들을 연결하는 정해진 코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용된 이야기의 완결성은 상상된 이야기에 의해 단편들로 해체된다. 인용된 세계와 상상된 세계의 구조가 같아져 뒤섞이는 것이다. 단어들, 사건들, 이미지들로 구성된 세계. 그것은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이다. 모든 코드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세계, 즉 카오스의 세계인 것이다. 모든 질서가 가능한 세계. 무수한 질서가 주름 잡혀 있지만 아직 하나의 질서가 성립하지 않은 세계인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침묵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것은 여러 목소리들로 수다스럽지만 “나”의 목소리는 침묵하는 세계인 것이다.

만남 _사건이 마음을 만나고 마음을 움직여 이야기가 생성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나 끝없는 이야기의 교향악을 만들어낸다. 미국의 뉴욕 필 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평양에서 공연을 했던 사건이 이상현 작가의 마음을 움직여 이야기가 생성되고, 그 이야기는 또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만나 끝없는 이야기의 교향악, 「Symphony No. 9 몽유도원도」를 만들어낸다.

이상현_Symphony No.9 몽유도원도_52인치 모니터 설치_00:05:20_2009

이상현_조선비너스_7인치 모니터 설치_00:05:09_2008

"「Symphony No. 9 몽유도원도」는 로린마젤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2008년 2월 북한의 동 평양극장에서 드보르작의 심포니 9번 신세계를 연주한 것을 기념하는 작업이다. 그날 연주가 끝나자 관중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미사일과 핵개발 등으로 긴장이 높아지는 북한과 미국은 적대관계이지만 사실 서로 다른 두 개의 신세계이다. 드보르작이 19세기 말 자유의 여신상을 보며 이민선에서 내리던 사람들이 찾던 미국을 신세계로 보았듯이 북한 또한 그들만의 신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든 「Symphony No. 9 몽유도원도」는 이념, 인종, 문화 간의 갈등이 없는 인류가 다 함께 살아가는 도원의 세계이다." (이상현, 2009)

이상현_삼천궁녀_디지털 C 프린트_200×124cm_2009

이상현_Orient Express_멀티미디어 인스톨레이션_7 인치 모니터 설치_00:04:07_2007

헤어짐 혹은 여백 _만남은 두 장의 레이어의 만남이다. 레이어 위에 레이어가 얹혀진 관계. 겹쳐 놓여질 수 있는 만큼 따로 떼어질 수 있는 것이 언제나 가능한 상태. 그것이 그의 작품이 처한 존재론적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그의 작업을 두 장의 레이어로 따로 떼어 놓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했을 때 우리는 위에 놓인 레이어에서 여백을 발견하게 된다. 아래에 놓인 레이어에 의해 꽉 차 있던 공간이 비로소 여백으로서 드러나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목소리가 침묵하는 공간이자 인용된 세계와 겹쳐질 때 수 없이 다양한 “남”의 목소리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그의 작업은 몇 시간이고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로 듣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그의 모습을 닮았다. 늘 자기 얘기는 다른 이야기로 에둘러 말하는 그의 모습 말이다.

                                                      김성열(닥터박 갤러리 큐레이터)

Posted by EYEBALL_Media Arts Web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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