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처럼 하루가 다르게 낯설어 지는 도시가 또 있을까? 거리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다양한 문화 변종의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도시의 공간과 시간은 그들에게 어울릴 만한 색깔로 변하고 있다. 동네마다 흔했던 쌀집과 중국집은 키치적 감성의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 줄 희미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지고, 에티오피아에서 온 커피콩과 유럽 어딘가 에서 흘러온 음악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대안 공간 <꿀>도 피상적으로만 보면 이러한 지점 어딘가에 있는 트렌디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꿀>의 욕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 외형은 비록 홍대에서, 부암동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카페라 할지라도, 그 안을 들락거리는 이들은 한껏 멋을 내고 서로를 흘깃 거리며 살피는, 소위 트렌디 한 인물들이 아니다. 츄리닝 바지에, 혹은 너덜너덜한 백팩을 맨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카페를 가로질러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아직 채 공사도 덜 끝낸 2평 남짓의 폐허 같은 공간. 이곳은 작가의 스튜디오 이면서 또한 전시 공간이 함께 어우러져 마치 공간 자체가 살아 숨 쉰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꿀 풀 프로젝트
“는 6개월 단위로 5-6인(팀/개인) 내외의 작가들을 꿀은 번식하는 균처럼 시각예술, 건축,디자인, 퍼포먼스 등을 교차시키며, 이것들이 또 다시 서로 엉기고 번져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성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러한“생활협동활동”은 미술과 일상, 창작과 생활의 경계를 넘어 결과보다는 과정과 만남
그리고, 공존 자체의 생산적 의미를 촉발합니다. 꿀은 예술활동과 생계, 생활 대중과 미술인 사이의 불통 구조에서 대안의 길을 모색하는 문화생산자들의 실험을 담고자 합니다.<꿀.풀>
공간 꿀이 내세운 취지문이다. 지금까지 작가들이 어디선가 숨어서 정제된 작품을 내어 놓고 보여주기만 했다면, 이곳은 작가들이 매일 오픈 스튜디오를 벌리는 것과 같이 그들의 작업 공간을 대중들에게 활짝 열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보이고 싶지 않은 게으름과 창작의 사고 과정마저 내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작가들에게는 녹녹치 않은 과제 일 수도 있겠으나, 기성복 처럼 매끈한 작품에 질린 관객들에게는 작품이 만들어 가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겠다.공간 <꿀> 에서는 6개월 단위로 작가를 초청해 공간을 운명할 예정이며, 1기로는 권용주, 김상돈, 김상진, 김홍빈, 윤지원, 이수성, 임정규등 12명의 작가가 참가했다.1기 프로젝트는 9월 30일까지이며, 화요일 부터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연다.
장영신 아이볼 에디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