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7~80년대의 보통의 미술인들은 '테크놀러지 아트', '비디오아트' 그리고 '미디어아트'를 수용하는 것을 '미술이 자신을 확장해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테크놀러지 및 미디어와 같은 예술의 '생산수단' 즉 하부구조가 작품의 제작, 감상, 유통의 방식을 바꿈은 물론, 결국은 예술 그 자체의 본질마저 변경해 버리는 유물론적 역사발전의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듯하다. 미디어아트는 이제 더 이상 이제까지 생각했던 '미술'이라는 그릇에 담아내기 힘든 그 무엇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번에 송도의 투모로우 시티에서 열렸던 인다프는 여러모로 10년전 '미디어시티_서울 2000'(현 국제 서울미디어아트페스티발)'트라이앵글 워크숍'을 생각나게 했다. 예술, 기술, 산업의 삼각배치에 의한 미래적 시너지의 창출을 꿈꾸었던 이 워크숍의 시도는 애석하게도 실패로 끝났었다. 각기 다른 분야의,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에 젖은 '외계인'들 사이에선 상호이해를 위한 기초적인 소통조차 불가능했고, 어쩌면 요즘에 유행하는 '통섭과 융합'의 선구적인 사례로 남을 뻔했던 그 '의미있는 시도'는 아무 것도 남기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후, 이번의 인다프는 마치 트라이앵글 워크숍의 실패를 딛고 일어서기라도 한 것처럼, 깊이있고 다양한 전개를 보여준 행사였다. 특히 개막에 이어 이틀간 열린 컨퍼런스에서는 예술, 인문학, 과학기술, 산업계의 현역 전문인들이 모여서 다양한 비전을 보여주고 토론하는 '융합과 통섭의 장'을 연출함으로써, 다가올 시대가 얼마나 소름끼치는 혁신과 놀라움으로 채워질 것인지 예견하게 해 주었다.
 

                                                                                            <Omar Khan, 열린기둥, 2007>


최신의 흐름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해 준 전시도 인상깊었다. 짧은 지면에 상세하게 전할 수는 없으나, 메인전시라고 할 수 있는, 한중일 3국의 큐레이터(최두은, 시카타 유키코, 장가) 가 공동으로 기획한 '감각을 감각하다'는 미디어아트의 최근 경향을 거의 요약한 형태였고, 투모로우 스쿨, 구경(九景, 강필웅), WAVE(최두은), Blur(허서정), 모바일아트(류병학) 등의 섹션도 각기 고유한 관점을 가지고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했다. 그렇지만 이 전시의 작가들에게 적용된 공통된 프레임은 '무한미학의 선구자'라는 수식어다. 네트웍과 같은 지구적 신경망의 그 어떤 지점이라도 전 지구와 연결되어 있듯이, 이 천상의 제석천(帝釋天)과 같은 우주에선 경계도 없고, 모든 것들은 서로 간섭하고 흔들리며 순식간에 다른 것으로 변신하는 등, 천변만화한다. 극히 제한된 사람들만이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었던 과거에 비해,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기기로 자신의 감성을 발휘하고 발신할 수 있는 현대세계의 실체는 이제 하나의 정보우주로 통합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비록 '무한성'이 현대세계의 보편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아마도 이번 행사는 근미래의 문화예술적 지형의 체험을 미리 가불(假拂)해서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던가 싶다.

하지만 여기서도 미래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심연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처럼 미래가 예측불가능했던 적은 없었다"는 노소영감독의 일성도 인상적이지만, 각각의 근대적 형식의 틀 속에서 정연한 체계를 지니고 있던 분야들의 미래가, 이제 연결, 소통, 상호작용, 통섭, 융합되면서 하나의 거대한 바다_카오스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드는 지금, 관객의 어지럼증을 차단할 만큼 안정된 원근법적 지평을 제공하는 것이 지난(至難)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전에는 미술관 공간에서 그나마 정돈된 동선과 조형적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흔적이라도 보였던 미디어아트가, 작품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감상하는 체질의 근대적 교양인들에게는 거의 이해하기 힘든 세계가 되어버린 듯하다. 일전에 디지털 비전의 저자 신시아 굿맨이 미술관과 미디어아트의 만남을 '어색한 동거'라고 표현했었지만, 이제는 그 동거마저도 끝나가는 것일까.  
                                                                                                            

이원곤(미디어예술론/단국대)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EYEBALL_Media Arts Webzine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