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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7월 찌는 더위속에서

어느 더운 여름 인사동 한 전시장에서 이명박의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어 관객을 맞는다. 2000년대 미술시장이 미술계를 재편하고 있는 컨템퍼러리 한국미술계에 30여년전 잉태한 <현실과 발언>이라는 노골적인, 현재적 관점에서 보자면 직설적이고 촌스럽기까지 한 한 시대를 풍미한 미술그룹의 재현의 정치학이 스물스물거린다.

80년대 정치적 암흑기라 불러도 좋을 시기, 예술은 아니 미술은 정치적이라는 수사학을, 아니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이 격동의 폭압적 군사정권의 시대 80년대를 풍미한 민중미술이라는 한국 고유의 지형학적 토양에서 자란 새로운 장르는 현실과 발언’<이하 현발> 참여자들을 시작으로 그 꽃을 만개했다. 805.18 광주민주항쟁, 민중미술, 현실과 발언은 유기적 관계를 이루고, 서로 땔래야 땔수없는 역사적 사건과도 같다.

너무도 현실적인 작가 오윤이 작고하고 90년 해체된 이후 30년이 지난 오늘 이들은 사회적 현실과 미술적 현실이란 주제로 30년의 세월을 관객에게 묻고자 한다. 미술과 현실, 현실과 미술 그것은 오늘날의 관객에게 그리고 미술인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다음은 5주제로 나뉘어 본전시장을 비롯해 제6전시장까지 이어지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목록이다.

강요배, 김건희, 김용태, 김정헌, 노원희, 민정기, 박불똥, 박재동, 백수남, 박세형, 성완경, 손장섭, 신경호, 심정수, 안규철, 오윤, 윤범모, 이청운, 이태호, 임옥상, 주재환, 정동석.

그리고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데 새롭게 참여한 젊은 기획자들의 명단이다.

홍지석, 이대범, 김지연, 김종길, 김준기.

위에서 보여주듯, 전시는 80년대 당시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전시와 90년 해체이후 미술계에서 활동해온 이들의 현재진행형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다고 밝힌다.

  80년대 추적 60_ 사회적 현실을 고발하다.

:역사적 기억, 80년대의 현발이 의미하는 것.

본 전시는 크게 과거와 현재로 분류되어 고찰할 수 있다. 과거는 역사적 기억의 소환의 장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1979년 현발은 기존의 미술이 고답적인 관념의 유희를 고집함으로써 진정한 자기와 이웃의 현실을 소외, 격리시켜왔다고 비판하며 등장했다. 당시 미술계는 소위 모노크롬게열의 순수주의 혹은 형식주의 회화의 강령이 미술계를 지배하던 시절이다. 당연히 예술과 사회, 예술과 현실의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진 상태였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현실을 비판하며 등장한 것이 현발이리라. 김종길이 기획한 <비판적 현실과 신구상>이라는 주제하의 전시는 김정헌 김건희 신경호 심정수가 구체적 형상미술에 주목한 점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김정헌은 산업화와 도시화의 속도속에서 요원해진 농촌과 도시의 풍경을, 인물을 주로 화폭에 담아낸다. 심정수는 조각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의 80년대 작품을 비롯해 김정헌의 경우, < 체포압송되던 날 녹두장군 사진찍히다>(2001)을 선보이기도 한다. 오늘날의 현대미술관점에서 해석하자면 소위 팝을 예로 든다면, 둔탁한 곡선의 사용이나 색채감은 확실히 한물간 ‘out of date’스타일, 즉 관객이나 미술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한 형식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이 부분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는 이유는 글의 말미에서 드러날 것이다. 김정헌은 아는 바대로 문화예술위원회의 수장을 지내고 정부의 부당한 사퇴요구에 법적 싸움을 인내하고 오광수와 함께 한 지붕 두 수장이 되어 한국의 문화예술을 짊어졌던 행정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김지연이 기획한 <삶의 풍경>전은 강요배, 노원희, 민정기, 손장섭, 이청운의 회화쟝르를 아카이빙하여 전시한다. 주지하듯 모노크롬일색의 한국미술계에 인물, 풍경, 사실주의, 사회적 현실의 묘사, 도시화 산업화비판의 무거운 우리 삶의 고단한 삶의 주제들은 민정기의 80년작 <세수>는 흔한 걸개그림에서 볼수있는 스타일로 한 소년이 마당에 세수대야를 놓고 세수하는 일상의 풍경을 담아낸 그림이다. 노원희의 <거리에서>는 골목길에 모여든 아저씨들의 군상을 표현하고, 강요배의 <동백꽃지다>는 말 그대로 동백꽃이 지는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일상의 삶을 조망한 이들의 작업은 2000년대와 비교한다면, 젊은 작가들이 즐겨쓰는 주제와 유사하지만, 그 표현방식에서의 은유나 환상 판타지 눈속임등 표현방식을 달리하는 작금의 형식과는 시대적 거리를 느끼게 하는 것이 사실이다.

80년대의 현실을 소환하는 전시는 마지막 아카이브전에서 두드러진다. 현발의 그 존재와 생존의 의미를 이미지가 아닌 텍스트로 확인하는 좋은 자리다. 이 방대한 자료정리는 <아카이브전 현실과 발언’: 다시읽기 오윤과 백수남 유작전> 이라는 제목으로 이대범이 기획했다.

80년 인사동 동산방화랑에서 창립전을 열 당시 오윤의 사진전을 비롯해 영상작업들도 눈에 띤다. 80년대 대중문화도 참조해 볼 수 있다. 상세한 연대기적 정리는 그러나 너무 방대해서 관객의 시선을 오히려 주목치 못하게 하는 단점이 된다. 두꺼운 관련 자료들이나 복사된 책자들을 넘겨보는 것은 60분짜리 영화, 혹은 비디오를 갤러리에서 올곶이 감상하라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21세기 뉴미디어아트시대에 맞추어, 영화 혹은 다큐멘터리처럼 영상작업으로 확장해서 현발의 의미를 되새겨 보았더라면, 당시의 관객이 아닌 현대라는 시대의 관객의 눈에 들어 올 수 있도록 아카이브전을 꾸몄더라면 새로운 신선한 전시가 되었을 것이다.

아카이브전 다음으로 과거를 소환하는 전시는 오윤 유작전을 꼽을 수 있다. 오윤은 누군가? 바로 현발의 주도적인 창립멤버로 활약한 이다. 목판화라는 전통적 소재로 보이지 않는 부자간의 정을 감정이입하게 하는, 가슴뭉클한 장면들을 이미지화한 <애비와 아들> 을 비롯해 현발과 민중미술의 대표적 인사로 꼽히는 작가다. 1985년 민족미술인협회(민미협)가 창립되며 현발의 다수가 참여하고 86년 오윤이 작고하며 현발의 침체는 물론 그의 존재 또한 잊혀지기에 이르렀지만 한국미술사에 그의 존재는 뚜렷이 남아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_2000년대의 현발의 존재감

앞선 전시들이 80년대와 그 이후 작업들의 지속성을 통해 현재성을 보여주려함에도 불구하고 이들 전시는 과거스타일에 한정된 점에서 80년대 현발의 위치를 재현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즉 이들의 작업이 2000년대라는 시대적 현실과 발맞추려하지만 이미 과거의 유령이나 마찬가지임은 명백해보인다. 그것은 내용을 담지못하는 형식의 부재함이라 꼬집을수 있다. 그나마 현재적 흐름을 보여주려 시도한 전시를 한번 보자. <새로운 매체의 실험과 확장>이라는 주제전과 <개념+예술+행동> 전은 80년대 이후 현재의 관점에 접근해보려는 시도로 읽혀진다. 앞선 주제전에 참여한 작가는 성완경, 김용태, 정동석, 박재동, 박세형이고, 후자의 전시작가는 안규철, 주재환, 임옥상, 이태호, 박불똥이다. 보면 알만한 사람은 알터이지만, 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 정권이 바뀌기전까지 활발하게 미술계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보인다. <개념+예술+행동> 전은 개념예술가로 대표되는 안규철을 비롯해 일상의 삶을 공공미술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임옥상에 이르기까지 미술계에 자주 이름이 거론되는 작가들이다. 현발의 후발주자인 박불똥의 경우, 가장 직설적인 화법으로 이명박 정부를 공격한다. 그러나 그 형식은 다른 작가들과 별차이없이 80년대 과거의 그 화법에 머물러있음이 가슴에 박힌다. 이명박얼굴에 작은 핀들을 박아놓은 전경은 사실상 차라리 걸개그림으로 걸어두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왜 이러한 형식을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것이 현발의 현재의 지속적인 가능성을 모색하려는 전시기획의도와 맞는지 도무지 알 수 가 없다. <새로운 매체의 실험과 확장>를 한번 보자. 이 전시를 기획한 홍지석은 현발의 매체실험을 통해 최대한의 소통을 현실에 접근하는 미술인의 자세는 어떠해야하는가 라고 묻는다. 뉴미디어매체의 실험을 한 작가로 성완경은 영상과 사진작업을 내놓았다. 디카를 들고 골목길에 설치된 볼록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어놓은 사진이나 도시의 풍경을 찍어내어 프로젝션하는 영상작업은 이것이 미디어라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했을 뿐이지 어떤 미학적 논의를 가늠할수 없게 한다, 즉 말하자면 ‘~협회전쯤으로 보아도 좋을만한 아날로그 형식에 전도되어있음을 보게 한다. 이것이 어찌 새로운 매체실험인가? 새로운 매체를 사용한다고 모두 실험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론가로서 행동해온 성완경은 작가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듯 보여 아쉽다. 그는 작가로 활동해온 것이 아니니 단연코 이번 전시에 소개한 작품들은 ‘~협회전형식의 전시로 보일수밖에 없다. 차라리 이론가로서 작업을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전시기획의 한 오류일수 있겠다 싶다.

이 전시에 참가한 다른 작가들 중 박재동 박세형을 보자. 이들이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작가들인가, 단연코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예술종학교의 교수로 정부의 녹을 받는 자리에 위치한 인사들이다. 박재동은 만화가로 한때 김대중 정부의 애니메이션정책이 광풍을 휩쓸던 시기 오돌또기라는 애니메이션화사 대표로 <바리데기> <삼국유사> <마당을 나온 암닭>등의 프로젝트를 실행했고 아마도 자금부족으로 인해 미완으로 남았다. 28억이 소요되는 <마당을 나온 암닭>2006년 이전 시작되어 7억이상의 지자체지원금을 받았지만 아직 미완성중이다. 시사만화가로 알려진 박재동은 애니메이션산업에 뛰어든 것이다. 같은 대학 교수인 박세형은 애니메이션과 교수로 한국애니메이션학과 설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가 애니메이션과 교수이지만 실제로 본인이 만든 애니메이션은 몇편 되지않는다.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 원래 혼자하는 작업이 아닌 이상 원화나 그림은 다른 이들이 맡아서 한 것 일게다. 혹여 독립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혼자 완성한 작품이 있다면 알려달라. 그의 이력을 보면 일러스트나 홍보 동영상제작이 많다. 더욱이 그는 70년대부터 소위 미국과 일본의 하청애니메이션을 담당해온 한국 애니메이션 성장의 주력인 그 산업현장과는 무관한 사람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현발출신인 박재동, 박세형 모두 애니메이션이라는 킬러콘텐츠산업현장에 누구보다 앞장섰다는 점이다. 더불어 성완경 역시 김대중정부시절 만화전시기획으로 프랑스에 한국디렉터로 한국만화를 소개하는 일에 참여했다. 이들처럼 현발 혹은 민중미술계열에 섰던 사람들의 다수가 특정 시기 애니메이션 혹은 독립애니메이션, 만화라는 신성장동력 문화산업콘텐츠분야에서 활동했다. 80년대 현발이 군사정권의 독재정치에 대항한 그 정신성은 자신들의 세대가 도래한 이후 문화분야에서 기득권의 세력으로 상승하여 문화권력의 수혜를 입은 당사자들이 되었다. 요컨대 애니메이션을 예로 들면, 애니메이션제작경험이 전무한 미대출신 작가들이 미대출신이라는 이유로 교수로 채용되고, 정치논리에 게으른 하청업에 종사하던 산업현장 사람들의 고된 애니메이션 제작의 사회적 현실을 비판해왔는지 의아할 뿐이다. 전시제목인 사회적 현실을 도외시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키워나갔던 당사자들이 어찌 2000년대의 현발의 정신을 논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현발의 형식의 고루함은 차라리 아카이브나 미술관의 기념전시로 머물러 있었다면 80년대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모범이 되었을 것이다. 현대의 관객에게 80년대의 치열했던 그 시대정신을 2000년대 버전으로 재해석하는 것에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젊은 기획자들의 참여라는 진보적 기획의도까지는 좋았지만, 이들에게 젊은 작가들에게 현발의 작품을 재해석하는 과제를 주었다면 또한 기존작가들이 작가라는 이름을 걸고 지속적으로 형식의 고민을 내세울만한 자리였다면, 현발의 전시는 더욱 빛났을 것이다.

평소 지론이지만, 보수건 진보건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데 앞장서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예술이 정치화될 때 정치인보다 더 무섭다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눈가림막이 대중을 현혹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현발의 전시를 보며, 폭압적 정치의 시대를 직접 경험해보지못한 세대이지만 인간의 진정성에서 비롯되지 않은 모든 인간의 행위는 예술행위이건간에 곧 정치적 일수밖에 없음을 상기해본다. 벤야민이 우려했듯, 예술은 특히나 교묘하게 위장되어 정치적 선동이 될 가능성이 크기에 그렇다. 그렇기에 이쉬운 것은 현발의 전시는 오히려 과거를 소환하여 현재적 미적 가치를 획득하지 못한 대표적 기획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안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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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YEBALL_Media Arts Web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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