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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독립영화계의 가장 뜨거운 스타 감독은 누구일까. <은하해방전선>으로 장편 데뷔한 뒤 발칙한 정치적 감수성을 인디 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로 폭발시키고 있는 윤성호 감독, 오랫동안 독립영화계의 가장 논쟁적인 감독으로 활동하다가 <화이트>라는 상업 공포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김곡, 김선 감독, 한국의 거의 유일한 게이 감독으로서 곧 <탈주>라는 영화로 한국의 탈영문제를 정면돌파할 이송희일 감독은 리스트의 첫머리에 올라갈 감독들이다. 물론 여기에 또 한명의 예술가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디적인 감수성을 가장 잘 대변하는 75년생 젊은 감독 김종관이다.

                                                                                                         <플라로이드 작동법, 2004>

서울예술대학 영화과를 졸업한 김종관 감독이 이 시대 젊은이들의 감성을 대표하는 이름으로 떠오른 건 2004년작 단편인 <폴라로이드 작동법>부터다. 사실 이 단편은 아주 간결한 이야기이며, 얼굴이 나오는 등장인물은 주인공 소녀밖에 없다. 소녀는 아마도 짝사랑의 대상인 듯 한 학교 선배로부터 폴라로이드 카메라 사용법을 배운다. 그런데 김종관 감독은 오로지 남자에 대한 안타까운 짝사랑으로 가득한 소녀의 얼굴을 카메라에 비추이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의 감정을 터져나오게 만든다. <폴라로이드 작동법>이 여러 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자 김종관을 곧장 한국 독립영화의 떠오르는 별로 치켜세웠다. 주연을 맡은 정유미는 이후 <사랑니>(2005), <가족의 탄생>(2006), <내 깡패같은 연인>(2010)같은 충무로 영화들을 통해 21세기 가장 독창적인 여배우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김종관은 쉽게 장편영화를 내놓지 않았다. 대신 그는 <눈부신 하루>(2005), <영재를 기다리며>(2005), <낙원>(2005), <드라이버>(2006), <바람의 노래>(2009)같은 단편영화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자신의 영화적 세계를 실험해왔다. 만약 김종관의 단편들을 본 경험이 있다면 그의 이름이 왜 이렇게 독보적인 인디영화계의 브랜드로 통하는지 잘 알고 있을것이다. 그의 짧은 단편들은 이야기가 아니라 스크린 뒤에 숨어있는 캐릭터들의 감정을 잡아내는데 능하다. 동시에 김종관의 영화는 결코 온전히 설명되어지지 않는 미지의 이야기들을 숨기고 있다. 관객들은 그 미지의 이야기들을 자신들의 경험과 감정에 비추어서 자신만의 것으로 읽어내게 된다. 다시 간단하게 말하자면, 김종관은 보이지 않는 공기중에 미세하게 떨리는 스크린 안팎의 감정을 잡아낼 줄 아는 드문 예술가라는 말이다.  

김종관의 팬들은 대체 언제쯤 이 젊은 예술가가 첫 장편을 만들것인지를 궁금해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그는 곧 첫 장편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 김종관 감독을 처음 만난 건 2008년 2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였다. 그는 로테르담영화제에 참석했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베를린에 잠시 들렀다. 소년 같은 얼굴인데 키가 생각보다 큰 김종관 감독은 을씨년스러운 겨울 베를린 창가에 앉아 새로 구상하고 있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나는 일면식도 없는 로테르담의 폴란드 남자와 서울의 카페 여직원이 우연히 전화 통화를 한다는 이야기, 다른 하나는 남자친구를 버리고 여자아이를 사랑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였다. 그건 아마도 김종관의 또 다른 단편 조각들이 될 터였다.

그러나 김종관은 베를린에서 구상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첫 장편을 하나 만들었다. 다섯 커플의 이야기를 퀼트처럼 엮어내는 <조금만 더 가까이>(가제)다. 다섯 단편의 모듬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김종관 감독은 <조금만 더 가까이>가 단편 옴니버스영화와 다르다고 설명한다. “전작들을 묶은 <연인들>과 달리 <조금만 더 가까이>는 한편의 영화다. 하나의 이야기를 다섯개로 분절해서 푸는 방식이다.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 <퍼레이드>처럼 계속해서 주변 인물들을 연결하면서 그들의 청춘이나 연애의 고민 같은 걸 단락단락 보여주는 형식을 생각했다". 작품을 구상할 때 어떤 지점을 생각하냐는 질문에 김종관은 말한다. "최초엔 감정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독립영화계의 찬란한 감수성을 대변하는 75년생 감독은 ‘감정’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8년의 세월과 17편의 단편들을 지나온 김종관은 이제 ‘조금 더 가까이’ 관객들에게 다가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건 한번도 보지못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한번도 보지못한 감정들이 가득 실려있는 이야기가 될 게 틀림없다.

                                                                                                              씨네21 기자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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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YEBALL_Media Arts Web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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