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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비호 개인전 :: <Extreme Private practice> @ 쿤스트 독 

크로프트에서 3D영상과 모형의 전시를 본 것이 2009년 초 쌀쌀한 겨울날이었으니, 그의 새 작업을 다시 본 건 얼추 일년 반도 훌쩍 넘은 시점이었다. 몇몇 그룹전에서 그의 이름을 보긴 했지만, 좀처럼 직접 작업을 볼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게다가 지난 2008년 크로프트에서 했던 그의 8년 만의 개인전 <Flexible Landscape>이 어러모로 아쉬움을 남겼었기에 이번 새 작업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그러나 여전히 어수선한 일상에 전시는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그 대신 오랜만에 작가 유비호와 조근조근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어깨까지 내려앉은 하늘이 간간히 비를 뿌리던 일요일 오후 이태원의 허름한 뒷골목 공간 해밀톤에서. 

<Extreme Private Practice>은 전시의 외견상 <Flexible Landscape>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8년만의 개인전이라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3D 애니메이션, 모형설치, 비디오 작업 등 여러 장르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시도들이 소개되었는데,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못했었다. 유비호는 전시를 통해서, 현대인이 가지고 있는 심리적 응어리나 서비스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주관적으로 왜곡시키는 측면을 부각시키고, 기름에 의해서 자연이 파괴된 이후에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과도한 형식적 다양함과 지나치게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너무 일차원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작가의 메시지가 그리 성공적으로 전달되지 못했었다. 


이전 작업에 비해 얼마전 쿤스트독에서 있었던 <Extreme Private Practice> 긍정적인 측면에서 힘이 많이 빠져 있고, 훨씬 밀도감 있게 구성되었다. 우선 다양한 형식적 실험에서 벗어나 하나의 프로젝트적 성격이 뚜렷이 드러나는 퍼포먼스 작업에 집중했다. 파리에서 있었던 전시 때문에 시작된 <Extreame Private Practice>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하는 비디오 기록작업이다. 그 첫번째 퍼포먼스는 월드컵 16강전이 있던 날 진행되었다. 마치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담은 자루를 짊어지고 다니듯, 작가는 알록달록 예쁜 색의 고무공이 가득 든 자루를 하나 짊어지고, 거리에 나가 야구방망이로 공을 치기 시작했다.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무작위적으로 그가 야구방망이로 휘두른 공을 받게 된다. 고무공 안에는 작가 작성한 10개의 일상탈출 매뉴얼 중 하나가 적혀 있었다. 서울에서 벌어진 이 퍼포먼스는 유스트림을 통해서 파리에 실시간으로 중개되었다. 같은 형식의 번째 퍼포먼스는 청계천에서 이루어졌고, 세 번째 퍼포먼스는 홍대 앞 LG 팰리스 옥상에서 벌어졌다. 이 세 번째 퍼포먼스에서 그는 야구 방망이 대신 골프채를 들었다. 홍대 앞 번화가 골목 옥상에서 그가 골프채로 내려친 공들이 거리의 누군가에게 떨어졌고, 떨어진 공 안에는 역시 그가 썼던 열 개의 열 개의 일상탈출 매뉴얼 중 하나가 적혀 있다. 그렇게 유비호는 도심 공적 공간에 나가 자신의 느낌을 담은 사적 이야기를 거리는 지나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전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모습을 메신저로서의 작가라고 말했다. 


이전 <Flexible Landscape>에서도 그랬지만, 이번 전시 역시 그의 작업은 사회의 시스템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이나 인상에 많이 닿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어떤 혁명과 같은 거대한 이슈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가 전하는 메시지들은 보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실천들이다. 불현듯 당신이 세상과 동떨어져 홀로 있다는 공포감을 느낀다면, 신문을 가늘게 찢어 연결하여 ‘줄’을 만들어라와 같은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때론 어이없을 만큼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는 무수히 많은 진보세력들이 사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쳤지만, 결국 자본에 흡수되고 변질되는 것을 그 동안 많이 보아왔다. 어쩌면 그의 말처럼 희망을 상실했을 때, 새로운 관점과 새로운 가치로, 그리고 새로운 방식으로 플레이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물론 이 작업을 통해서 작가자신이 미디어가 되어 전하는 메시지가 수신자에 닿아서 어떤 다른 행위의 실천으로 이어지는지는 아직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공적공간에서 벌어지는 이 극단적인 사적인 활동이 과연 어떻게 이어질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하나의 완결된 프로젝트라기 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장기적인 프로젝트의 출발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이 지금 유비호의 극단적인 사적 활동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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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YEBALL_Media Arts Web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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