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가 열리고 있는 '공간 해밀턴'을 찾았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이상의 기념행사라면 당연히 문학과 관련된 장소에서 열려야 하지 않느냐 하는 상투적인 생각은 잠시 거두어야 하겠다. 기존의 명명방식으로는 포섭되지 않는 새로운 다종 변형체의 공간을 표방한다는 ‘공간 해밀턴’. 그 지향점에 따라 20세기를 21세기처럼 살다 사라진 이상의 시를 사운드로 또는 이미지로 구현해놓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공간 해밀턴’의 고유한 냄새를 맡는다.
계원 디자인 예술대학과 미디어 LAB 201 이 의기투합하여 2009년 용산구 이태원동에 문을 연 이 공간은 지금까지 존재하는 카테고리로는 포섭할 수 없는 작업들을 전시한다. 순수 예술가를 위한 디자인, 디자이너를 위한 퍼포먼스, 공연 예술가를 위한 미디어 아트, 미디어 예술가를 위한 건축으로 기능하기 원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각종 장르간의 융합, 비정치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적일 수 있는 작업들을 어떤 방향성에 치우치지 않는 경계인의 자세로 선보인다.
그렇다 보니 이곳을 찾은 관객들은 때론 어리둥절해지기도 한다. 아무렇게나 나눠진 흰 벽돌 사이에 형성된 공간의 아우라에 압도되어 둘러보다가 전시장을 나설 때면 전시된 작업들의 일관성이나 주제적 결집성에 의문이 드는 경우도 가끔은 생긴다. 이는 ‘공간 해밀턴’에서 진행되는 많은 프로젝트들이 '전시'라는 최종 결과물보다는 그 드러내는 과정 사이에 일어나는 수많은 움직임과 소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 열리고 있는 <2010 파리/서울, 이상 다시 살다> 전시의 경우에도 참여한 작가들은 이상의 시를 재해석해서 자신들의 목소리로 다시 표현하기보다는, 이상의 시가 서울에서 그리고 파리에서 100년이 지난 우리에게 다시 불러들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기록한다. 시와는 전혀 무관하게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는 시민들을 붙잡고 이상의 시를 읽어 달라고 부탁하는 작가의 수고에 의해 그의 시는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나마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전시의 결과물만 놓고 본다면 길거리 시민들이 이상의 시를 읽고 있는 단순한 퍼포먼스에 불과하지만, ‘공간 해밀턴’이 지향하는 바는 사람들과 작품 그리고 교육과 워크샵 혹은 행위가 뒤섞이는 지점이다.
‘공간 해밀턴’이 지향하고 생산하는 담론을 전시장 바깥에서도 나누고 싶은 관객들은 이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웹사이트(www.podopodo.net)를 이용하면 된다. 다양한 워크샵과 퍼포먼스, 포럼뿐 아니라 인터뷰와 강의까지 내실 있게 갖춘 웹사이트에서 관객들은 이들의 탈주의 움직임을 더욱 내밀하게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yeball editor 장영신



